공유형 CPO 플랫폼, RTPS 기술로 업계 러브콜
SW 하나로 충전기 연동 6개월→1개월 단축
3개월 만에 1000대 연동…LG·GS 등 앞다퉈 채택
국내 시장 본격 공략…미국 진출도 동시 준비

이충열 모니트 대표 [사진=오철 기자]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전기차 충전사업을 시작하려다 포기했다. 충전기 제조사를 선택하려 해도 자신이 빌린 관제시스템과 프로토콜이 맞지 않았고, 겨우 10대를 설치하겠다는데 제조사는 시스템을 맞춰주지 않았다. 결국 부지만 내주고 사용료만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기업 자회사 CPO인 B사가 최근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전국에 흩어진 충전기 2000대를 매물로 내놨다. 인수를 검토하던 C사는 고민에 빠졌다. 충전기 자체는 문제없지만, 자사 관제시스템에 연동하려면 개발 인력을 투입해 최소 6개월의 시간과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C사는 인수를 포기했고, 충전기들은 방치됐다.
전기차 충전 시장의 두 가지 고질병이다. 소규모 사업자는 기술 장벽에 막혀 진입조차 못하고, 대형 CPO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충전기를 제대로 처분하지 못한다. 이런 시장의 간극을 정확히 짚은 기업이 모니트(MoniT)다. 이충열 대표가 이끄는 이 회사는 출시 3개월 만에 1000대의 충전기를 연결하며 ‘충전 업계의 통역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유일 RTPS 기술… “3일이면 연동 가능”
모니트의 핵심 무기는 ‘OCPP RTPS(Real-time Proxy System)’다. 충전기와 관제시스템 사이에 미들웨어를 넣어, 어떤 충전기라도 다른 업체 서버에 연결할 수 있게 만드는 ‘자동 통역’ 시스템이다. OCPP라는 규약이 있지만 제조사와 CPO마다 비정규 메시지가 달라 호환이 안 돼, 제조사는 CPO 하나 생길 때마다 개발을 해야 했고 CPO는 제조사 변경에 3~6개월씩 걸렸다.

모니트의 RTPS 기술 개요. [제공=모니트]
RTPS는 이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충전기와 서버 사이에 끼어들어 실시간으로 프로토콜을 변환해준다. 기존에는 충전기 SW를 직접 수정해야 했지만, RTPS는 외부에서 설정만 바꾸면 된다.
모니트의 차별화 포인트는 소프트웨어(SW) 모듈화 설계다. 양진석 연구소장이 보유한 SPLE(Software Product Engineering) 원천기술 ‘Vulcan’을 충전 인프라에 적용했다. 모든 기능을 모듈화해 CPO마다 다른 요구사항에 맞춰 빠르게 조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수백~수천 대 충전기 인수에 원래 수개월 걸렸지만, RTPS를 쓰면 보통 한 달, 빠르면 3일”이라며 “OCPP 1.6에서 2.0으로 바꿀 때도 모듈화 설계 덕분에 SW를 새로 짜지 않고 설정만 변경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독자 기술이며, 미국 특허를 출원했다. 태양광 ESS, 스마트 공장 자동화 장비 등 프로토콜이 서로 다른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EMOOV 플랫폼…“월 구독으로 CPO 되는 시대”
모니트는 RTPS를 기반으로 ‘EMOOV’라는 공유형 CPO 플랫폼을 구축했다. 충전관제 시스템, 사용자 앱, 결제, AI 입지 분석(찾아ZooM 서비스)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구독형으로 제공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췄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CPO가 되려면 관제시스템부터 앱 개발, 결제 연동까지 수억 원을 투자해야 했다”며 “EMOOV는 월 단위 구독으로 누구나 충전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모니트가 제공하는 EMOOV 공유형 CSMS(왼쪽)와 EMOOV Mobile App. [제공=모니트]
특히 공유형 플랫폼의 장점은 네트워크 효과다. 소규모 CPO들이 각자 앱을 만들면 사용자 확보가 어렵지만, EMOOV를 통하면 기존 사용자 베이스를 공유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카페만 하려는 소규모 사업자도 충전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CPO Enabler, 즉 기술 장벽을 없애주는 것이 우리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모니트가 확보한 1000대는 RTPS를 통해 연동 서비스를 제공한 충전기다. 구독형 모델로 RTPS 기술을 제공하며 출시 3개월 만에 1000대를 넘어섰다.
대한송유관공사, 신세계아이앤씨, 해피차지 등 주요 CPO들이 RTPS를 도입했고, 시장에서 철수한 LG전자는 기존 충전기 7000여 대의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권한을 모니트에 독점으로 넘겼다. GS차지비, 채비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엔 ‘니즈가 있을까’ 의심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3개월 만에 메이저 업체들이 다 쓰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공공·민간 거친 충전 전문가… 업계 문제 정확히 파악
모니트의 강점은 ‘현장을 아는 정책 전문가’가 창업했다는 점이다. 이충열 대표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환경공단에서 충전 인프라 정책 수립에 기여했고, 이후 SK시그넷에서 국내 사업을 총괄했다. 2021년 모니트를 창업하며 “시장을 파악해보니 SW 이슈가 가장 컸다”며 “제조사-CPO 연동, 소규모 사업자 진입장벽, 전기차 화재 문제를 해결하려 RTPS와 EMOOV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모니트는 현재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그넷EV가 SK시그넷으로 성장한 것처럼 모니트도 제대로 성장시키고 싶다”며 “내년에는 미국 쪽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오철 기자 ohch@electimes.com 기자의 다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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